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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조 단위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 절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새 정부가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무거운 책임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17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이었던 ‘100조 원 AI 투자’ 프로젝트가 가시화하면 SK그룹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100조 원 AI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 100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한 뒤 AI 인프라, 데이터, 인재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향후 5년 동안 100조 원을 투입해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해 ‘AI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AI는 SK그룹이 가장 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 계열사를 효율화해 80조 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요 투자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칩, AI 데이터센터, AI 개인비서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울산 남구 황성동 일대 3만6000㎡ 부지에 조성되는데, 올해 8월 기공식을 거쳐 2029년 국내 최초 100메가와트(MW) 규모로 완공된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약 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가며, 조 단위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울산시가 올해 상반기 지역 내 전력 직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지정된다면, SK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는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AI용 메모리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 외에, SKC는 국내 기업 가운데 AI 반도체 등에 쓰이는 유리기판 개발에서 선두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으며,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 기술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에너지 분야에서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하반기 SKE&S와 합병함으로써 석유, 화학, 액화천연가스(LNG),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공급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최 회장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나 AI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1월 SK그룹이 주최한 ‘SK AI 서밋’에서 최 회장과 차담회를 진행했으며, 올해 5월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는 최 회장의 AI 등 신사업 육성 제언에 “어쩌면 그렇게 저하고 생각이 똑같냐”고 적극 공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SK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산업정책 기조에서 수혜만 입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특히 SK텔레콤은 해킹 사태와 관련해 책임이 커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20일 선거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정보 보호 실패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만약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번 해킹 사태의 후속 조치로 ‘위약금 면제’ 결론을 내린다면, SK텔레콤은 3년 동안 최대 7조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새 정부 정책과 발맞춰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할 수 있는 전략과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모색했다”며 “회의에서 SK텔레콤 보안 사고와 관련해 신뢰를 회복할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