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MIC 메모리반도체 호황 '착시현상' 경고, "물량 선점 경쟁이 수요 부풀릴 가능성"

▲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이끌고 있지만 고객사들의 수요가 부풀려진 영향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마이크론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라인업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주문량이 고객사들의 실제 수요보다 높게 나타나는 ‘착시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권고가 나왔다.

물량 확보가 다급해진 반도체 고객사들이 여러 기업에 주문을 넣으면서 수요가 부풀려지는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11일 자오하이쥔 SMIC CEO의 말을 인용해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는 곧 ‘오버부킹’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SMIC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열고 메모리반도체 및 파운드리 시장 상황과 관련한 관측을 전했다.

자오 CEO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상황에 진입하면서 업계 전반에 큰 위기감이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5차례에 걸친 메모리반도체 업황 변동 사이클을 겪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고객사들이 다수의 기업에 주문을 넣는 경향이 뚜렷하게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반도체 고객사들이 물량을 선점하려 실제 수요보다 많은 공급을 주문하면서 품귀 현상은 심화되고 수요는 부풀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중간 유통사에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대량의 재고를 축적해 두는 사례도 파악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올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신규 생산라인에서 공급이 시작된다면 이러한 재고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결국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빠르게 완화될 여지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SMIC는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이르면 3분기부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오 CEO가 전자제품 업체들의 파운드리 주문 축소를 우려해 이러한 전망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다수의 고객사들이 메모리반도체 물량 부족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파운드리 주문량도 줄이는 추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오 CEO의 이번 발언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파운드리 수주는 꾸준히 확보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SMIC는 2025년 4분기 매출 24억9천만 달러(약 3조6천억 원), 순이익 1억7285만 달러(약 2511억 원)를 냈다. 2024년 4분기 대비 매출은 12.8%, 순이익은 60.7% 각각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올해 설비 투자 금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81억 달러(약 11조8천억 원) 안팎으로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