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이자장사 구조' 포기 안 하는 은행들, 대출전략 달라도 예금금리는 줄하향
-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새 정부 출범과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시행 등 변수를 고려해 서로 다른 대출관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과 하락, 대출한도 확대와 축소 흐름이 혼재한 상황이다.그러나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일제히 내렸다. 예금금리 결정에는 전략 차이 등의 명분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결국 이자 수익 확대를 위한 구조를 구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9일 은행들의 대출 전략을 살펴보면 제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수도권 소재 1주택 이상 보유 차주에게 주택 구입 자금 목적 대출을 일시 제한한다. 2일부터는 대면 전세자금대출 타행 대환 취급도 일시 중단했다.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반면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40년을 확대했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사실상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하나은행은 5월29일부터 비대면 상품 하나원큐 아파트론 최대한도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높였다. 2월 축소했던 한도를 다시 복원한 것이다.한도뿐만이 아니다. 대출 금리 전략에서도 정반대 선택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KB국민은행은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택구입자금 용도 한정) 금리를 0.17%포인트 올렸다. 2일 우리은행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6%포인트,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9%포인트 인상했다.반대로 IBK기업은행은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0.10~0.20%포인트 내리기로 했다.앞서 5월2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기준금리가 대출금리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반대 금리 흐름에 의문부호가 남는다.대출 전략이 이처럼 제각각인 이유로는 은행들의 대출 여력 차이가 꼽힌다.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일명 '막차타기' 수요가 몰리는 상황인 만큼 여력이 있는 은행은 공격적 영업에 나서는 반면 여럭이 부족한 은행은 수요 조절을 위해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실제로 가산금리를 높인 은행들은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변동금리를 움직인 것이 아니라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새 정부 출범에 따라 은행권 관련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은행들의 서로 다른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유로 제시된다.이처럼 은행들은 기준금리 하락이라는 커다란 요인을 두고도 대출전략에서 '다양성'을 보였다. 전략이 갈린 명분도 충분했다.그러나 수신전략에서는 다양성이 아닌 뚜렷한 일관성이 나타났다.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국민수퍼·일반·KB스타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0.25%포인트 내린다. KB스타정기예금을 예로 들면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기존 2.40%에서 0.25%포인트 떨어져 2.15%가 적용된다.수신금리 인하에 동참한 은행은 더 있다.IBK기업은행도 이날부터 IBK평생한가족통장(정기예금)과 IBK평생한가족통장(중소기업금융채권) 상품 수신금리를 0.20%포인트씩 인하한다. 예금 이외 적금 2종과 파킹통장(입출금통장) 2종, 판매종료 상품 11종의 금리도 최대 0.25%포인트 낮춘다.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일,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5월 말에 한 발 빠르게 수신금리를 내렸다. 인하폭은 0.10~0.30%포인트 수준이다.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수신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하락해 시중은행부터 외국계은행, 인터넷은행까지 은행들이 하나같이 수신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마땅한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은행들이 대출 전략에서 다양성을 보이는 반면 수신전략은 예금금리 인하로 모였다. <연합뉴스>대출금리를 두고 복합적 요인을 고려한 모습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에 은행들이 대출금리에는 소극적 대응을, 예금금리에는 적극적 움직임을 펼치면서 예대마진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결정에 반영하는는 민감도의 차이는 최근 1년 흐름에서도 확인된다.2024년 4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한국은행 통계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은행 예금금리는 0.82%, 대출금리는 0.58% 내렸다.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폭을 초과해서 떨어진 반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하락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신전략과 달리 대출전략에 상이한 행보를 보이는 점이 소비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한 금융소비자는 금융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은행들의 대출관련 정보가 제각각이라 너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