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 ||
한 택시기사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손님에게 아들의 취업걱정을 늘어놓는다.
대학까지 교육시키느라 수천만 원을 들였는데 졸업하고 2년이 지나도록 취직을 못해 걱정이라는 것이다.
신사가 어느 정도 되는 직장에 들어갔으면 좋을지 물었다. 택시기사는 “그래도 첫 직장인데 번듯한 대기업은 들어가야 주변에 자랑도 하고 월급도 많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신사는 생각한다. 간판만 보고 식당을 고르기보다 맛있고 실속있는 집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택시에서 직접 겪은 일화다. 윤 회장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고 ‘실속’을 찾아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윤 회장은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도전했다. 윤 회장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콜마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번듯한’ 대기업이 아니다. 중소기업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있다. 화장품 업계의 강소기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는 소비자들에게 ‘간판’없는 회사다. 직접 보유한 브랜드가 없는 ODM 회사인 까닭이다. ODM 회사는 주문만 받아 생산하지 않고 컨셉을 자체 개발해 고객사에 제안하고 주문이 확정되면 생산과 공급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콜마는 아모레퍼시픽은 물론이고 네이처리퍼블릭, LG생활건강 등 국내외 250여개 화장품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주요제품으로 네이처리퍼블릭 등에 납품되는 '슈퍼 아쿠아 크림', 엔프라니 등에 공급되는 '아쿠아 쁘띠젤리 네온빔 네일즈' 등이 있다.
한국콜마는 최근 석 달 동안 주가가 28.5% 올랐다. 주가상승률 면에서 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코스맥스(28.1%)와 엇비슷하지만 고객사인 아모레퍼시픽(17.7%), LG생활건강(13.0%) 등을 크게 앞질렀다. 중국시장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4613억 원의 매출과 4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2013년보다 63.4%, 영업이익은 138%가 늘었다. 중국 등 해외에서 화장품 매출이 크게 오른 덕분이다.
제약사업의 생산대행(CMO) 매출 증가도 ‘깜짝 실적’에 보탬이 됐다. 한국콜마의 자본총계도 2013년 1139억 원에서 지난해 1798억 원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콜마를 1990년 세웠다. 윤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대웅제약으로 이직했다. 당시 농협은 안정적이고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었지만 ‘간판’보다 ‘실속’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대웅제약에서 30대에 임원에 오르고 40대 초반에 부사장이 되며 승승장구했으나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섰다. 제약업계에서 ‘바보’ 소리를 듣기도 했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를 통해 국내 화장품업계에 진출해 ODM 방식을 보편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에 독특한 기업문화를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효도수당, 미취학 아동 교육수당, 출산장려금 지급 등 사내 복지혜택이 많다. 대신 승진하려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러야 하고 1년에 6권씩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윤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매년 겨울 주말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하루 12km를 걷는 강행군인데 직원들은 이를 ‘우보천리 행군’이라 부른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보천리’는 윤 회장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는 “소의 걸음이 느린 것 같지만 소는 절대 뒷걸음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콜마는 국내 제약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손발톱 무좀치료제인 ‘풀케어’의 복제약 개발에 나서 국내 10여개 제약사와 위수탁계약을 맺었다.
윤 회장은 올해 한국콜마를 통합기술원 체제로 전환하고 글로벌시장 공략을 강화하려고 한다. 지난 2월 한국콜마의 각 사업부문 안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됐던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연구소를 한곳으로 모았다. R&D 역량을 키우기 위한 변화다.
윤 회장은 화장품에서 나아가 제약부문과 건강기능식품의 R&D기술을 통합해 사업부문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회장은 베이징공장에 이어 중국 화장품업체가 밀집한 중국 광저우에 3만3천㎡ 규모의 화장품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콜마베이징의 제2공장도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공장에서 매출 29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중국 매출이 빠르게 늘자 중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축에 나선 것이다. 한국콜마는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1억4천만 개의 기초·색조화장품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생산능력의 5배 규모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25년 동안 화장품과 제약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