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월20일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CEO는 기관투자자에게 견제받지 않을 수준인 '25% 지분율'을 확보해 테슬라의 인공지능(AI) 개발에 집중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제 그 목표 실현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테슬라 이사회는 4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CEO에게 9600만 주의 주식을 지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주당 가격은 23.34달러로 29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이다. 이번 결정으로 머스크 CEO가 확보할 테슬라 지분은 기존 13%에서 16%로 늘어난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머스크 CEO가 원래 받아야 할 스톡옵션을 법원 소송으로 막혀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테슬라 이사회는 2018년 머스크에게 경영 성과에 따라 560억 달러(약 77조7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거액의 보상안을 두고 테슬라 본사 소재지였던 델라웨어 주 법원이 절차상 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주 법원은 이사회가 보상안을 승인할 때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 소송은 현재에도 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본사를 규제가 덜한 텍사스주로 옮기고 머스크에게 당시 보상안과 별개로 일부 주식을 이번에 먼저 지급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테슬라가 델라웨어 주 법원 소송에서 승소하면 머스크가 이번에 받은 주식을 회사에 돌려주는 조건도 넣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싶다고 꾸준히 언급해 왔다.
지난해 1월16일에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25% 지분을 들고 있지 않은 상태로 테슬라를 인공지능과 로봇 업계 선두로 올리는 일은 위태롭다”고 썼다.
25% 지분율은 머스크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기준이긴 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테슬라 경영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을 대형 기관투자자보다 높일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 앞에 7월24일 미국 국기와 주 깃발, 테슬라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판매에 집중해 단기 수익을 내길 원하는 기관투자자 등의 견제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가 델라웨어주 소송에서 승소해 남은 스톡옵션 보상까지 받으면 머스크가 확보할 테슬라 지분은 지금보다 3%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인수한다면 머스크의 합병회사 지분은 25%를 웃돌게 된다. 머스크 CEO가 xAI 지분 33%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7월23일자 기사를 통해 “테슬라가 xAI를 인수하면 일론 머스크는 합병회사에서 지분율이 25%로 올라간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 대부분에서 전기차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7월 중국산 테슬라 전기차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넘게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이 2018년에 벌어졌던 인명사고 소송에서 테슬라에 일부 배상을 명령해 자율주행 무인택시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고 당시 운전자가 주행보조 기능을 사용하고 있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안전성에 의구심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인공지능에 추가 투자해 기술을 개선하면 무인택시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등 잠재력이 큰 사업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
전기차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과정에 일론 머스크의 지분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때 일론 머스크의 과도한 정치 행보에 테슬라 이사회가 CEO 교체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그러나 이번 주식 보상으로 머스크를 향한 이사회의 신임이 확인됨에 따라 그의 신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테슬라 주가도 4일 2% 넘게 상승해 시장 또한 이사회 결정을 반기는 모습이다.
요컨대 주식 보상을 계기로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전기차 제조사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 전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회사가 어려울 때 이사회가 임원에게 높은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무인택시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머스크에게 거는 기대가 과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