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매각 성사 여전히 불투명, 121만 고객에게 1년 치 불안만 건네

▲ MG손해보험 계약이전과 매각 재시도가 병행 추진되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MG손해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젠 정말로 해지가 답일까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MG손해보험(MG손보)의 처리방안을 매각 재추진과 계약이전 병행으로 선회하자 소비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6일 예보에 따르면 예보와 MG손보 노동조합(노조)은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되 계약이전이 지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수자를 다시 찾는 ‘투트랙 전략’에 합의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건전성 악화와 매수자 부재를 고려하면 매각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바라본다. 자칫 불확실한 매각 시도가 소비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올해 3월 말 기준 151만 건이며 개인 121만 명과 법인 1만 곳이 가입자로 등록돼 있다.

앞서 예보는 5월 MG손보 계약을 국내 5대 손해보험사(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로 이전하고 그전까지 계약을 관리할 임시 법인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계약이전이 마무리되면 가교보험사는 청산된다.

그러나 매각 병행 방안이 공식화하며 기존 계획에서 방향이 바뀐 것과 관련한 소비자 반발도 다시 커지고 있다. 계약이전 발표 뒤 한동안 잠잠했던 MG손보 가입자 온라인 커뮤니티도 다시 활성화됐다.
 
이번 매각 병행 추진은 MG손보 노조가 기존 가교보험사 설립안에 반대하며 매각과 고용승계를 요구한 데 따른 조율 결과다. 

새 정부 출범 뒤 민병덕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중재가 들어가며 노조와 예금보험공사, 금융당국 사이 합의안이 도출됐다고 파악됐다.

MG손보 노조는 6월30일 ‘전체 직원 단식 농성 돌입 투쟁대회’를 대통령실 앞에서 열었다. 노조는 이날 조합원 281명의 동의를 얻어 합의안을 승인하면서 단식 농성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다음 날인 7월1일, 예보는 MG손보 노조와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 내용은 가교보험사 설립은 그대로 진행하되 이후 인수자를 찾으면 가교보험사 매각, 인수자가 없으면 기존 로드맵대로 5개 손해보험사로 계약이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예보는 3분기까지 가교보험사를 설립한 뒤 1년 내외로 계약이전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2026년 하순까지 MG손보 매각을 재시도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MG손해보험 노조는 이번 합의에서 가교보험사 직원 채용과 인력구조 효율화, 매각 추진 시기 및 절차도 논의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가교보험사는 설립하되 계약이전과 매각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라며 “가교보험사 설립 과정에서 MG손보 직원 고용승계 비중 등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재매각 추진의 실효성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한다. MG손보는 여러 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메리츠화재 이외 매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보는 앞서 1월 보도 설명자료에서 “약 3년 동안 (MG손보) 매각을 추진하며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며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MG손보 매각 성사 여전히 불투명, 121만 고객에게 1년 치 불안만 건네

▲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계약을 옮길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2026년까지 5개 손해보험사로 계약을 나눠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각 지연은 MG손보 영업 기반과 자본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말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8.2%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경영정상화에 최소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황만 계속 바뀌고 있고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아 혼란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예보는 “MG손보 보험계약자는 어떤 경우에도 현재 보험계약이 유지될 것”이라며 “가교보험사가 보험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함으로써 불편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MG손해보험 가입자들은 “수년 동안 착실하게 납부한 가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MG손해보험에서 오래 전 가입하고 유병자가 돼 다른 보험사에서 같은 상품에 가입하기 어려워진 고객이나 지금은 팔지 않는 구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경우 불안함은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MG손해보험에서 2세대 실손에 가입한 한 소비자는 “우량 매수자가 있어 재매각이 추진되는 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시간만 허비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명확한 데드라인 없이 방향을 바꾸는 건 소비자 신뢰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