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지속해서 추진했던 남북 경제협력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건설은 남북 경협 분야에서 상징적이고 핵심적 역할을 해온 만큼 이재명 정부 기간 동안 대북 사업을 맡을 기회가 열릴 지 주목된다.
 
민주당 집권에 '남북경협' 다시 관심사, 현대건설 대북사업 리더 역사 이어갈까

▲ 2023년 1월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한반도평화경제특별경제위원회'에 당시 이재명 대표(앞줄 왼쪽 네번 째)가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AP는 이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목적으로 급진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영국BBC는 이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극복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10대 공약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내용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았지만 장기적 평화 통일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선거전 당시 충북 충주시 유세에서 "지금 통일 이야기하면 철 지난 되도 않는 소리 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서 서로 침략하고 전쟁할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상태를 만들면 길게 보아서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통일을 향해 가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평화통일 관련 단체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청년들에게 무관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미래이자 기회”라며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민주당이 집권했다는 점에 비춰 건설업계가 남북 경협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는 남북간 관계 복원을 추진해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며 "남북 경협이 실제로 구체화된다면 건설업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건설은 원전과 러우전쟁 종전 뿐만 아니라 대북 정책 이슈에서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도 “남북경합주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집권시절이었던 2018년 남북간의 관계 개선 및 경의선 복원 등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등 남북 경제협력이 추진되면서 건설업 지수가 30% 이상 상승했다.

현재 대북사업권은 현대그룹이 쥐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북한과 ‘경제협력 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30년간 북한 SOC 개발 사업권을 획득했다.  
 
민주당 집권에 '남북경협' 다시 관심사, 현대건설 대북사업 리더 역사 이어갈까

▲ 현대건설은 남북 경제협력 측면에서 상징적이고 핵심적 역할을 해온 만큼 새로운 정권의 대북 사업을 맡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다만 현대그룹의 규모로 볼 때 본격적 남북 경협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한 10대 건설사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2018년 당시에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연이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북사업 관련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특히 현대건설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산업에서 상징적이고 핵심적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건설사로 꼽힌다. 증권업계도 2018년 당시 현대건설을 남북 경협의 유망주로 내세우며 기대감을 높였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시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의 시작과 끝을 책임질 건설사”라며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실질적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내다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남북 경협의 핵심은 처음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개성공단이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추가 확장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권한을 보유한 현대아산은 물론 현대건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은 과거 북한 경수로 사업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현대아산을 제외하고는 국내 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남북경협 경험을 지니고 있다. 2001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으로 넘어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현대그룹 안에서 현대아산과 함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그 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북핵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체 및 남북 경협의 동력 상실을 초래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제 제재도 유지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은 2018년처럼 추진될 공산이 크지만 세계 정세 변화의 파고 속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남북경협을 위한 움직임을 대북관계가 경색됐던 윤석열 정부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보였다.

민주당은 2023년 1월 남북 경협을 위한 ‘한반도평화경제특별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지난 3월에도 남북 접경지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고 진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3년도 한반도평화경제특위 출범식에 참석해 “가장 훌륭한 것은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안정과 남북경협을 통해 우리 미래를 개척해 나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기간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에 남북경협의 마지막 상징이었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는 등 한국과 관계에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이후 2019년 합의 없이 끝난 김정은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여태껏 이렇다할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첫 인사에서부터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만들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국정원장 후보지로 지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놓고 북한문제를 연구한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