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을 정지하면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보수와 중도 양측의 신뢰를 일부 잃었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나온다. 이제 남은 정치적 승부수는 미국 정부와 벌이는 관세 협상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덕수 기댈 곳은 관세협상뿐인가, 헌재 '한덕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무총리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역 현장을 찾는 등 '대선 후보'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적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16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무총리실은 같은 날 언론 공지문을 통해 "정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본안 종국결정 선고를 기다리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다. 야권이 요구하는 헌재재판관 지명 취소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한 권한대행 쪽은 헌재에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게 아니라 장차 임명하겠다고 '발표'한 것일뿐이라는 의견서까지 내면서 헌재의 가처분 신청 '각하' 결정을 끌어내려 했지만 헌재의 벽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특히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뒷심이 약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절친'인 이완규 법제처장 등을 헌재재판관에 지명함으로써 강성보수층에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보냈다. 보수진영은 '폭망'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데 '헌재 장악'을 통해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준 듯 보였다. 보수진영은 열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 권행대행이 던진 '신의 한수'는 헌재 결정으로 불발탄에 그치고 말았다.  

여기에 한 권한대행은 이번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고야 말았다. 이완규 법제처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위해 '끼워팔기'를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완규 처장 쪽은 실패하고 야권이 요구하는 마 재판관 후보자 임명만 성사됐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현재 인용으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나 이런 부분들이 많이 꺾였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중도에게 더 실망감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권한대행에게 마지막 남은 카드는 '미국 관세협상'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미국 정부가 던진 '관세 폭탄'을 두고 한미 간의 협의가 다음 주 미국에서 시작된다. 
 
한덕수 기댈 곳은 관세협상뿐인가, 헌재 '한덕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부과하겠다는 상호관세 25%에 대해 7월9일까지 90일간 유예해 줬다.

하지만 이미 기본적으로 1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철강과 자동차에는 25%가 부과돼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5월3일에는 자동차 부품이 추가되고,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한 부과 시점도 임박한 상황이다.

미국은 관세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개별 국가별 관세협상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한미 협상에도 속도를 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한 권한대행이 성공적 한미협상을 일궈낸다면 확실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권한대행에게 시간이 많지는 않다. 또한 '졸속 협상' 논란을 낳는다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1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열어 "한 권한대행 출마 시 5월4일 공직 사퇴 시한까지 2주짜리 (대선) 출마용 졸속 협상은 절대 안 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대선 관리와 관세 협상 예비 협의에 전념할 것이라면 당장 불출마 선언을 하고, 출마한다면 당장 대미 관세 협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관세 협상을 서두르다가 협상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기재부 장관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권한대행이 대권 놀음을 할 때인가.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하자고 해야 한다"며 "심지어 일본 총리도 협상은 하되 신중하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신중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같은날 국회 조사 청문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며 "어차피 여기엔 새 정부가 들어서도 같이 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분들이 미국의 공직자들과 협의를 하게 되고 정보를 얻게 되고 신뢰를 얻게 되면 결국에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