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과 실적 증가는 미국 증시에 리스크 요인이라는 관측이 제시됐다. 주가 하락으로 미국 증시 전반에 미칠 잠재적 영향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 만큼 인공지능 ‘버블 붕괴’로 주가가 하락할 때 타격을 미치는 범위도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5일 “미국 증시에 현재 최대 리스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아닌 엔비디아”라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2022년 오픈AI의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출시된 뒤 미국 증시 시가총액 총합이 23조 달러(약 3경1942조 원) 증가했다는 조사기관 게이브칼의 분석을 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며 미국 증시에 유럽과 일본, 영국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증가폭을 보인 셈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구글 지주사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은 핵심 수혜주로 떠올라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실적 증가세가 이어져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른 효과를 증명하며 미국 증시 호황기가 지속되고 있다.
배런스는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등 무역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안정한 가운데도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알파벳 실적은 강세를 보여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가 자연히 인공지능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점은 리스크로 분석된다.
게이브칼은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관련 자본 지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반도체 기반 서버 제품.
이후 주요 상장사들의 인프라 투자 등 지출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는 가파른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게이브칼은 현재 인공지능 관련 시장도 막대한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비용이 결국 투자자에 실망감을 안길 가능성을 리스크로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성장 정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점도 위험성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게이브칼은 “시가총액이 4조2천억 달러(약 5837조 원)에 이르는 엔비디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2000년 상장한 뒤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시가총액의 절반을 잃었던 사례가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금은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고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게이브칼은 엔비디아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 계획이 불확실해질 경우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이후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을 주도할 신산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게이브칼은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일부 종목의 주가 흐름이 최근 주춤해진 상황은 앞으로 닥칠 위험을 예고하는 ‘광산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