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홍 M&A로 사조그룹 키웠지만 사조산업 부진 뼈아파, 아버지 주진우 대표 복귀에 입지 불안

▲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장했지만, 주력 계열사 사조산업의 부진에 아버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복귀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사조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렸지만 사조산업 부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버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사조산업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주 부회장의 경영적 입지도 불안해 보인다.

◆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 실적 악화에 아버지 주진우 등판, 주지홍 부담 커져

주진우 회장이 올해 3월 사조산업 대표이사로 21년 만에 복귀했다. 1949년생으로 76세의 고령 회장이 경영일선에 다시 나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주진우 회장의 복귀를 주지홍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과 3세 경영체제의 속도조절로 해석하고 있다.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은 최근 2년 연속 영업손실를 내면서 부진에 빠져 있다.

아버지 주진우 회장은 아들 주지홍 부회장이 인수합병으로 외형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계열사의 고른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은 2024년 별도기준 영업손실 293억 원을 봤다. 2023년 영업손실 57억 원과 비교해 5배 넘게 확대됐다. 순손실 역시 271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10배 넘게 늘었다.

사조산업의 실적 부진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데 더해 판관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사조산업은 횟감용 참치와 수산물 가공사업을 하는데 최근 참치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따라 원가율이 대폭 오르면서 제품 생산에서 비용 증가에 시달려야만 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 해운운임이 상승하면서 수입원료 확보와 수출비용이 동반해서 상승했고 원가 부담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진우 회장은 사조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 경영방식에 안주해 고정비 부담은 가중됐다고 판단하고 본인이 직접 손을 보겠다고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홍 부회장으로서는 3세 승계가 거의 마무리 돼 경영일선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도중에 아버지가 복귀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주지홍 M&A로 대기업 반열 진입, 인수기업의 성과는 아직 미지수

주지홍 부회장은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사조그룹의 외형을 키우며 사업 다각화에 온힘을 다해왔다.

주 부회장은 2024년 전분당(전분을 가공해 포도당, 과당 등 당류제품으로 만드는 것) 기업인 인그리디언코리아(현재 사조CPK)와 식자재·위탁급식기업 푸디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을 주도하면서 막대한 자금인 6천억 원 넘는 금액을 들였다.

사조CPK는 전분당업계 점유율 2위 업체이며 푸디스트는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식자재 유통기업이다.

주 부회장은 이런 인수합병의 성과로 2024년 자산총액 5조2570억 원을 기록하면서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주 부회장은 식품사업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종과 횡으로 넓히는 인수합병에 주력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푸디스트의 경우 만족할만한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디스트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이 8821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1.3% 줄었고 영업손실 17억 원, 순손실 72억 원을 봤다. 일각에서는 사조그룹의 기존 유통망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대외 환경이 녹록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푸디스트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푸드컬처(FC) 부문의 전신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매각된 뒤 사조그룹에 인수됐다.

문제는 푸디스트를 처음 매각했던 한화그룹이 1위 급식업체 아워홈을 인수하면서 시장에 복귀해 사조그룹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화그룹은 방산부문의 대기업인 만큼 푸디스트가 그동안 보여온 군부대 급식시장에서 장점을 뺏길 수 있다.

여기에 사조CPK를 인수한 사조대림의 재무문제도 주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조대림은 2024년 연결기준 부채총액이 1조2850억 원으로 2023년 5520억 원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는 1조3776억 원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153.2%에서 162.2%로 증가했다. 

◆ 사조그룹 오너 부자, 경영권 두고 DB그룹처럼 날선 모습 보일까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아들 주지홍 부회장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모습은 최근 DB그룹에서 나타난 부자갈등과 겹쳐 보인다.

DB그룹은 김남호 전 회장이 2020년부터 이끌었지만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이 2021년 경영자문으로 복귀한 뒤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강화했다. 특히 김준기 창업회장은 2022년말 DB지분을 11.61%에서 15.91%로 늘려 아들 김남호 전 회장의 지분 16.83%와 격차를 크게 줄였다.

이에 더해 2025년에는 아예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김남호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했다.

재계에서는 김남호 명예회장이 나이가 50세에 불과함에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사조그룹의 경우 주지홍 부회장이 이미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해 DB그룹과 같은 갈등이 나타나기는 힘들다.

주 부회장은 2023년 말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기존 39.7%에서 50.01%로 확대하면서 사조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비상장사로 사조산업 지분을 29.8% 보유하고 있다.

주지홍 부회장이 성공적 3세 경영을 이루려면 인수한 기업들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인수합병으로 구축한 종합식품 밸류체인이 수익성 확보와 단단한 재무구조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 부회장이 아버지의 불신을 극복하고 사조그룹의 경영을 궤도 위에 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