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씨에스윈드가 요동치는 미국 에너지산업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재개로 기대감이 살아났지만 그동안 실적을 크게 지탱하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조기 일몰 가능성이 커져 부담도 동시에 커졌다. 이에 씨에스윈드는 핵심 시장인 미국 이외 지역으로 매출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에스윈드 미국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에 촉각, 유럽과 해상풍력으로 다변화 박차

▲ 씨에스윈드가 요동치는 미국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뉴욕 앞바다에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의 재개를 결정했다.

엠파이어 윈드는 노르웨이 최대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뉴욕 롱아일랜드 섬에서 남부로 약 24~48km 떨어진 해안에 2.1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1단계와 2단계로 나뉘며 뉴욕시 100만 가구(각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정률은 약 30%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한동안 중단된 상태였다. 미국 해상풍력은 대부분 사유지에서 진행되는 육상풍력과 달리 연방 관할인 해안에 조성돼 연방정부 인허가 등이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해상풍력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온 영향이 컸다.

정책 기조가 크게 돌변한 셈인데 시장에서는 미국 내 해상풍력 관련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워싱턴 소재 컨설팅기업을 인용해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에 대한 중단 명령 해제는 해상풍력 산업에 긍정적 진전”이라며 “상당한 투자가 진행된 프로젝트가 이뤄진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씨에스윈드도 이에 따른 훈풍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주요 풍력 발전사인 오스테드 주가는 엠파이어 윈드 재개 발표 다음날 15%, 터빈사 베스타스는 4.8% 상승했다. 

모두 씨에스윈드의 주요 고객사로 오스테드는 미국에서 ‘레볼루션 윈드’와 ‘선라이즈 윈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베스타스는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에 터빈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씨에스윈드가 긴장을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투자를 이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일몰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게 되서다.

AMPC는 기업이 미국에서 첨단 제조기술을 활용해 배터리나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 혜택을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제도다. 

풍력타워는 1와트당 3센트의 세액공제를 받는데 씨에스윈드는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풍력타워 생산공장으로 AMPC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하원은 최근 IRA 세액공제를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풍력 AMPC는 기존에는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것이었지만 2027년까지만 지급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식으로 발효되려면 상원 통과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하지만 씨에스윈드를 비롯한 풍력발전업계로서는 타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AMPC가 씨에스윈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다.

씨에스윈드는 1분기에 AMPC로 406억 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영업이익의 32.4% 수준이다. 지난해를 통틀어서는 951억 원을 받았는데 영업이익의 37.2% 수준으로 집계됐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의 과감한 투자 아래 씨에스윈드가 생산거점의 축을 미국으로 옮겨갔지만 정책 불확실성 속에 시선을 다시 유럽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씨에스윈드 미국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에 촉각, 유럽과 해상풍력으로 다변화 박차

▲ 씨에스윈드는 미국과 베트남, 튀르키에, 포르투갈, 중국, 대만, 덴마크(하부구조물) 등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포르투갈 법인(사진)은 생산능력이 5천억 원 가량으로 미국과 베트남에 이은 3번째(덴마크 제외) 생산거점이다. <씨에스윈드>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 생산능력은 1조2천억 원 규모로 전체 해외법인 생산능력의 41.6%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규모 법인이다. 씨에스윈드 1분기 매출(9019억 원)의 60%는 미주(5445억 원)에서 발생했다.

씨에스윈드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북미 시장에서는 시장경쟁력을 강화해 2026년 육상타워 수요 급증에 대응할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타워공급 대응을 위한 설비 증설과 인력 안정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어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 21일에는 덴마크에서 644억 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의 2.1% 수준으로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크지 않았지만 유럽 내 수주 네트워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씨에스윈드는 물론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AMPC가 일몰되고 정부 중심의 해상풍력이 위축되어도 육상풍력을 위주로 실적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에스윈드는 풍력 타워 대형화에 따른 AMPC 보조금 증가로 1분기 시장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거뒀다”며 “앞으로의 실적에서는 주요 고객사의 미국 내 육상풍력 수주 증가와 해상풍력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