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비은행 강화 전략으로 점찍었던 인수합병(M&A)을 두고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강화 필요성을 이유로 그동안 인수합병 시장에 비은행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인수자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올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생력 강화 쪽으로 성장 전략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합병' 단골손님 하나금융 전략 선회, 함영주 성장전략 '자생력'에 방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025년 신년사에서 인수합병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나금융그룹>


함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인수합병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효율적 자본 배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며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합병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물론 현 시점에서 인수합병이 하나금융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까지 읽힌다.

앞서 함 회장이 비은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수합병을 언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전략에 큰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함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신년사에서는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새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인수합병이 필요한 업권을 짚기도 했다.

함 회장이 인수합병에 관심을 드러낸 것은 신년사뿐만도 아니다.

지난해 7월 ‘2024 한국경제인협회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에서도 “비은행 쪽이 약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인수합병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했으나 2023년에는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인수합병 전략의 실행 단계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함 회장이 인수합병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 것은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은 인수합병 시장에 비은행 금융사 매물이 나오면 유력한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함 회장이 상당기간 유지해온 인수합병 전략에 대한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시장은 ‘금융위기급’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2024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오후 3시30분 기준 1472.5원에 장을 마쳤다. 외환위기(IMF)를 겪었던 199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환율민감도가 높은 하나금융에게는 인수합병과 같은 큰 변화가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 시장에서 우량매물로 꼽혔던 동양·ABL생명은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매물인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이 꾸준히 매물로 언급되고 있으나 해당 매물들은 가격 협상이 난관으로 여겨진다.
 
'인수합병' 단골손님 하나금융 전략 선회, 함영주 성장전략 '자생력'에 방점

▲ 하나금융지주가 자생력 강화와 계열사 시너지를 중심으로 성장 궤도를 그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상황에서 함 회장은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으로 자생력 강화와 시너지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함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디 가더라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손님기반을 늘리고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 비용집행으로 내실을 다져야한다”며 “그룹 전체의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확대해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외형 성장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단한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성장 전략이 긴 호흡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함 회장의 연임 여부가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 회장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함 회장 이외 후보군은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과 비공개 외부 후보군 2인이다.

하나금융은 향후 각 후보별 발표 및 심층 면접과 투표를 거쳐 최종 회장 후보를 선출한다.

함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하나금융 출범 20주년의 성과를 강조하며 임직원에게 무엇보다 지속성장을 위한 절박함을 지닐 것을 당부했다.

함 회장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행동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