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장철을 앞두고 급등하는 배춧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가격안정책을 내놨으나 이를 놓고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일회성 가격개입에 머문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 농산물 공급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배춧값 고공행진에 늑장대책 반복, 농산물 공급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 배춧갑이 고공행진이다 .9월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 사진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김장재료 수급 안정방안 민당정 협의회'에서 배추 무 등 김장채소를 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최대 40% 할인해주는 방안을 여당과 협의해 내놨다.

이같은 가격지원책을 놓고 '두더지잡기'식 물가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시적인 가격개입으로 당장의 급등 사태를 모면할 수는 있겠지만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불안를 근본적으로 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정부의 무리한 가격개입은 지양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고물가에 따른 민심이반 문제를 고려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가격개입에 나서고 있다.

농수산식품부는 앞서 8월29일부터 10월9일까지 예산을 투입해 배추에 대해 최대 40%까지 가격할인 지원을 실시했다.

하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배추 물량자체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일부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를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는 등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배추 가격이 치솟은 원인으로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여름배추'의 작황 부진이 꼽히는데 이날 나온 정부 대책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국산 배추는 크게 3월부터 6월까지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봄배추, 강원도 일대의 고랭지와 준고랭지에서 7월부터 9월까지 출하되는 여름배추, 10월 김장철에 출하되는 가을배추로 나뉜다. 

이 가운데 여름배추 물량이 줄어들면서 배추 수급에 불안정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월 3747원 수준이었던 포기당 배추 가격은 7월 5092원, 9월 9337원으로 급등했고 9월 가격은 전년동기보다 79.54%나 오르면서 가계에 부담을 안겼다.

이같은 식자재 물가 상승은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춧값이 정점을 찍었던 9월 MBC가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정부 국정지지도는 26%에 그쳤다. 응답자의 57%는 윤 대통령이 우선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물가안정 등 서민경제 관련 경제정책'를 꼽았다.

이 조사는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9월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1.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배춧값 고공행진에 늑장대책 반복, 농산물 공급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장재료 수급 안정 방안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배추의 수급불안 우려가 이미 6월부터 제기됐는데도 정부가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한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가 내놓은 ‘농업관측 6월호 엽근채소’ 보고서에 따르면 7~10월 출하될 여름배추의 재배의향 면적은 4956㏊로 전년(5242㏊)보다 5.5% 감소했다.

재배면적이 줄어든데다 8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급불안정 우려가 커졌으나 정부는 여름배추 가격이 오를 때로 오른 9월부터야 사태 해결에 나섰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농해수위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배추 가격이 9월 4일부터 '심각' 단계였으나 즉각 대응하지 않고 20일가량 방치했다며 이미 폭등할 대로 폭등한 9월25일에서야 여름배추 긴급수급안정 대책 계획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중국산 여름배추 수입과 정부 비축량 방출도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김장철인 11월 김장용 가을배추 수요가 급등할 것에 대비해 가을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10%늘리고 이달부터 가을배추 1천톤을 상시 비축해 수급불안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9월 내내 계속된 여름배추 수급문제가 지나간 다음 가을배추를 가지고 이번 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또한 결국 올해를 넘기기 위한 일회성 대책들 뿐이라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위기단계 기준의 재설계를 통해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름배추의 경우 수급상황이 '심각' 단계에 도달하려면 가격 등락률이 79%가 돼야 정부가 대응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문금주 의원은 "정부 대응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며 "가격이 폭등할 대로 폭등한 상태에서 대책을 내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여름배추를 비롯한 주요농산물 비축 역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올해 정부의 가격안정화 실패 원인을 정부와 aT 등이 관리하는 공공비축기지의 비축역량 부족에 기인한다고 바라봤다.

정부가 올해 들어 9월까지 과거 가격 동향이 비슷하게 나타났던 연도인 2022년(1만6463톤)보다 많은 1만7808톤의 배추를 배출했음에도 배추가격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공공비축기지의 확대 및 개선, 민간저장창고 이용확대 등을 통해 배추를 비롯해 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의 비축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