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실적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순이익 등 수익성만큼이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한 4대 금융의 핵심지표로 꼽히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율에 흔들린 '보통주자본비율' 1분기 성적표는? 4대 금융지주 '성공적 방어' 추정

▲ 4대 금융지구가 이번 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1분기 양호한 실적과 함께 보통주자본비율 개선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 방어주로서 4대 금융의 매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일 KB금융을 시작으로 이번 주 4대 금융이 모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5일에는 시간만 다를 뿐 4대 금융 가운데 신한금융(14시)과 하나금융(15시), 우리금융(16시) 등 3곳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이 1분기 5조 원에 육박하는 안정적 실적을 냈을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보다 14%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KB금융이 1조5천억 원대, 신한금융이 1조4천억 원대, 하나금융이 1조 원대, 우리금융이 7천억 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만 지난해 1분기보다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인데, 우리금융 역시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으로 평가된다. 희망퇴직과 홈플러스 충당금 등 1회성 비용에 따른 실적 후퇴로 전반적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4대 금융은 1분기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보통주자본비율 역시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은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은행의 원화대출 성장을 제한했다”며 “보통주자본비율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상승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개선 폭을 놓고는 증권사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4대 금융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KB금융만 놓고 보더라도 대신증권이 20bp(1bp=0.01%포인트) 내외 개선을 예상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3~5bp 개선을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와 마찬가지로 원/달러 환율이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순수한 자본으로 여겨지는 보통주자본을 분자,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매겨 산출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분모로 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 평가액 확대에 분모인 위험가중자산 값이 커지며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는 효과를 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56.95원으로 2월 평균 1445.56보다 0.8% 올랐다. 지난해 12월 평균 1434.42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1.6%,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년 동안 9.5% 오른 것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다소 내렸다지만 3월31일만 하더라도 1472.9원에 낮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치며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종가 기준 최고가까지 오르기도 했다.

3월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글로벌 경기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에 4대 금융지주 핵심계열사인 4대 은행은 3월 한 달 동안 중소기업 대출을 1조4744억 원가량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 방어에 나섰다.

3월 말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소호대출 포함) 잔액은 540조7312억 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1조2779억 원 줄었다. 1월과 2월 합쳐 1964억 원 늘었는데 3월 한 달 동안 증가분을 다 잃고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대기업 대출 잔액은 2조839억 원 늘었다.

중소기업은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적용되는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출이 늘면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지는 효과를 낸다.

중소기업 대출은 4대 은행의 핵심 여신상품으로 평가된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대기업 대출의 4배 수준으로 주택 관련 가계대출보다 규모가 커 위험가중자산 산출시 큰 영향을 미친다.

4대 금융이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 방어에 성공한다면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 은행주는 6.2%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 2.1% 크게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기업 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다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에 흔들린 '보통주자본비율' 1분기 성적표는? 4대 금융지주 '성공적 방어' 추정

▲ 4대 금융 회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통주자본비율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은행주는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이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방어적 매력이 부각됐다”며 “지난 주 금융당국이 은행의 기업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고 바라봤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은행의 사회적 역할 관련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은행주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양호한 실적 등 단단한 기초체력은 여전하다”며 “실적 발표와 정책 등을 통해 밸류업 기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대 금융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위험가중자산을 반영한 성과지표(KPI)를 새로 만드는 등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정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크지만 밸류업 계획에서 밝힌 것과 같이 보통주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지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후 4대 금융이 이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고 일정 수준이 넘는 부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쓰기로 약속하면서 중요해졌다.

보통주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3.51%로 가장 높은 KB금융을 보면 △연중 13% 중반 유지 △연말 13% 초과 자본 다음 연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 △하반기 13.5% 초과 자본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 등을 주요 밸류업 정책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3.03%와 13.13%, 12.08%다. 이한재 기자